변함이 없는 이주어선원들의 인권실태,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개선대책을 묻는 질의서 발송

4월의 어느 밤,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텔톡방에 동영상과 서툰 한국어로 쓰인 문자 하나가 올라왔다.

“사장이 전 일을 못 하게하고 동시에 욕하고 대리고 저를 바다에 밀었습니다. … 경찰서 가서 신고했너니 사장이 다른 베트남 사람 1명 델고가서 저의침을 치우버리고 저를 쫓겼습니다. 노동청에 갔는데 담당자가저를 보고 다시 그 사장 밑에 가서 일하라고 합니다”

동영상 속 어둠이 내려앉은 시커먼 바다에는 사람 하나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배 위의 누군가가 (배를) 바꾸고 싶으면 베트남으로 돌아가든지, 돈을 가져오라고 윽박지르는 소리도 들렸다. 바다에 빠진 사람과 동영상을 찍은 사람은 제주의 갈치잡이 배에서 고용허가제 어업 노동자(E-9-4)로 일을 하고 있는 베트남 이주어선원들이었다. 이들은 선장과 선주의 잦은 폭행, 폭언, 성추행으로 사업장(배)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중이었다.비디오 플레이어00:0200:30

민주노총 이주사업담당자 텔톡방에 올라왔다는 그 동영상과 문자는 며칠간 널리 공유되었다. 뒤에 들은 바로는 그 동영상을 보고 화가 치밀어 잠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여럿이었다고 한다. 그 후로 민주노총과 제주도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던 활동가들이 직접 지원에 나섰고, 여러 인권단체들이 연대하게 되었다. 5월 말에는 서울, 대구, 제주에서 연이어 폭행 사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기자회견 자료

베트남 선원들은 고소를 취하하면 배를 바꿀 수 있도록 허락해 주겠다는 선주와 선장의 회유에 동의하지 않았다. 다른 선원들이 또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가해자들이 꼭 처벌받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의 단단한 결심이 사람들을 끌어 모은 것 같다.

4년 전인 2014년 2월 14일, 갓 배를 타기 시작한 인도네시아 선원이 뱃멀미를 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 일을 잘 못하다고 한국인 선원들에게 상습적으로 맞다가 어창에 버려져 끝내 죽음에 이른 사건이 있었다. 그 배도 제주의 배였지만 사망한 선원은 외국인선원제도로 들어와 선원취업(E-10)비자를 갖고 있었다.

그 사건 직후에 연구소는 폭행 재발 방지 대책을 묻는 질의서를 작성하고 83개 단체의 연명을 받아 해양수산부에 보냈었다.

질의서와 답변서

연구소가 이주어선원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11년 경이었다. 당시 연근해 이주어선원 상담을 하고 있던 활동가들은 지역의 인권단체들조차 잘 모르고 있던 너무나 열악한 노동조건과 인권실태를 알리는 것부터 해야겠다며, 연구소에 실태조사를 도와 달라고 했었다. 그것이 계기가 돼서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연구소는 어선원 이주노동자의 인권보호를 주요 활동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

연구소가 이주어선원들에게 처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즈음인, 2011년 6월, 뉴질랜드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조업을 하던 사조오양 소속 참치잡이 원양어선 오양 75호에서 인도네시아 선원 32명이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매일 새벽 5시에서 밤 10시까지 휴식과 휴일 없는 노동, 빈번한 욕설과 폭행, 성추행 등을 폭로했다. 이런 일이 한국국적 원양어선에서 반복해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한참 후였다. 오양 75호 선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던 인권단체들이 있었다는 것도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각각 연근해어선과 원양어선 이주어선원의 노동권과 인권 옹호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서로를 몰랐던 그룹들은 2014년경부터 함께 만나기 시작해 올해 처음으로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라는 공식적인 이름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름이 있기 전에도 네트워크는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함께 해 왔다.

2017년에는 공익법센터 어필과 IOM이 진행하고,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소속단체들이 연대해서, 2014년부터 2016년의 2년간, 연근해어선과 원양어선을 망라한 3개국 현지 실태조사와 관련부처 및 기관과 6회 이상 정책간담회 결과 등을 담은 보고서 “바다에 붙잡히다-한국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의 인권침해 실태와 개선방안”이 발간되기도 하였다.

바다에 붙잡히다

이 보고서 결과를 발표하고 제도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17년 9월 5일 “이주 어선원 인권 개선을 위한 컨퍼런스”가 열렸다. 컨퍼런스를 지켜본 한 활동가는 그렇게 “불꽃 튀는” 컨퍼런스는 그 전에 보지 못했다고 했다.

정부는 수년 동안 이주어선원 인권개선과 관련해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화하고, 임금차별을 없애고, 폭행 등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법을 바꾸고, 등등 많은 약속을 했다. 오양 75호 사건 이후에도 그랬고,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도 그랬고, 인도네시아 선원의 폭행사망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도 그랬다. 그러나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 5월 21일,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는 또 다시, 우선 해양수산부에 “외국인 선원 인권보호 현황과 개선 대책”을 묻는 36개 문항의 질의와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약속을 해 놓고 지키지 않은 것이 많아서 해야 할 질문이 많았고, 빤한 자료들도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서 요청할 자료들도 많았다.

질의서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는 이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받으면 이제 또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행동할 것이다. 아마도 곧이어 고용노동부에 고용허가제 어업 노동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대책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