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학교 가는 길 – 난민 장애인 아동의 장애인 등록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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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학교밖 이주아동 모니터링’  과정에서,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통해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난민아동 미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미르는 장애인등록을 해야 가능한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지 못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2015년 4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여덟살이던 미르는 집 근처 초등학교에 입학을 문의하러 갔다가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특수학교를 소개받았습니다. 집에서 학교는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스쿨버스가 오니까 통학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르는 사흘 만에 학교 가는 것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스쿨버스가 서는 정류장까지 가려면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 인도도 없는 터널을 지나야 했는데, 평지에서도 수시로 넘어지는 미르가 혼자 가는 것은 위험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정부군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던 미르의 아버지는 그 때 다친 어깨 때문에 팔을 쓰지 못했습니다. 임신 중이던 미르의 어머니는 사흘 동안 미르의 등하교를 돕다가 유산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학교에 갈 수 없었던 미르에게는 두 살 어린 동생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방에 앉아 TV를 보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이자 공부였습니다.

미르의 결석이 길어지자 학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미르의 사정을 듣더니 장애인등록을 하면 된다고, 그러면 활동보조인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르를 대신해 장애인등록 신청을 하러 간 아버지에게 주민센터 담당자는 신청을 받아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인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으로 정한 사람은 재외국민, 동포,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뿐이고, 난민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미르의 아버지는 의아했습니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과 똑같은 사회보장의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는데 장애인등록은 안 된다니. 미르의 아버지는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구청에 문의도 하고, 보건복지부에 질의도 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장애인복지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난민까지 지원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미르는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학습유예를 신청한 채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주와 인권연구소는 2016년 6월, 전국의 21개 이주민⋅난민 인권단체 및 공익변호사 단체들의 연명을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공식적인 질의서를 발송했습니다. 그러나 이 질의서에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난민인정자의 장애인등록 및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복지서비스 지원 방안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드리는 질의

이에 이주와 인권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는 이주아동인권네트워크를 통해 이 사건을 전해 들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공익 변론의 일환으로  미르의 ‘장애인등록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지원하게 되었고, 2017년 2월 관할 구청을 대상으로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한편 ‘학교밖 이주아동 모니터링’ 결과 보고를 통해 미르의 사정을 알게 된 국가인권위원회는 3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난민 장애인도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고, 장애인 복지사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정비하라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이주와 인권연구소는 이러한 권고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다른 공익변호사들과 함께 난민과 이주민에게 동등한 장애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사례를 조사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공하였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 권고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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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6월 9일, 1심 재판부인 부산지방법원은 미르의 소송에 대해 기각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미르와 미르의 부모님은 포기하지 않고 항소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0월 27일, 부산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미르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난민협약에서 정한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난민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난민에게도 국민과 동일한 사회보장의 권리가 부여되어야 하며, 따라서 난민 아동의 장애인등록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판결의 요지였습니다.

한편 1심 선고 사흘 후인 6월 12일,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애인 등록이 가능한 외국인의 대상에 난민을 포함시키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12월 1일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미르와 그 부모님이 미르의 장애인 등록을 위해 머나먼 길을 걸어오는 동안 김포에서도 1살짜리 난민 장애인 아기의 장애인 등록이 거부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었습니다. 미르와 그 부모님의 끈질긴 노력과 많은 이들의 도움 덕에 이제 이 아기도 장애인 등록이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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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개정된 법안은 아직 발효되지 않았고(발효일 2018년 3월 20일), 관할 구청은 법개정 여부와 상관없이 2심 판결에 불복해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또한 장애인 복지법 개정으로 미르가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더라도 보건복지부 지침에는 외국인에게는 활동보조인 지원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지침 개정에도 힘을 실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전히 장애인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의 범위는 매우 제한되어 있어서 재외국민, 동포, 영주권자, 결혼이민자에 난민이 추가되었을 뿐입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유학생의 자녀라도, 이주노동자의 자녀라도 아무런 차별 없이 장애인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특히 장애인 아동들은 어린 시절의 재활교육이 생애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데도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이주아동들이 어디엔가 또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