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외국인 어선원 처우 개선방안에 대한 시민단체의 의견

2020년 6월 10일/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외

– 새롭지 않은 개선방안의 재탕, 유감스러워
– 실질적 개선을 목표로 구체적 논의를 이어갈 민관협의체 구성 시급

공공기관에 의한 이주어선원 도입‧관리를 건의했는데, 선주들의 조합인 수협이 공공기관이라며 전권을 위임
수협이 도입‧관리를 전담하는 방안은 이미 2014년에 제시되어 현재 수협이 자회사로 4개 송입업체 운영 중
– 2016년 최초 설립된 ○○수협 자회사인 △△송입업체는 선주→송입업체→송출업체→본국 가족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기이한 방식으로 송출비리와 중간착취에 대한 국내 법망을 피하고, 신분증과 통장 압수 등 인권침해 지속해
수협이 자회사로 송입업체를 운영하며 송출비리와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있는데 해양수산부는 수협에 송입업체 평가와 감독 권한을 쥐어주면서 공공성 강화, 투명성 확보 방안이라 주장
송입업체(송출업체)를 지정하고 퇴출시킬 권한까지 수협에 넘겨주고 송출업체를 국내에서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해양수산부

지난 6월 9일, 해양수산부는 보도자료 “해수부, 외국인 어선원 처우 개선에 팔 걷었다–선원도입 공공성 강화, 인권보호, 근로환경‧관리체계 개선 등-”을 통해 ‘외국인 어선원 인권문제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이하 2020년 개선방안)을 발표하였다.

시민단체들은 2020년 개선방안이 기존에 꾸준히 요구해 온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에서 더욱 멀어졌으며, 핵심적인 착취 및 인신매매 수단인 제한 없는 노동시간, 여권 등 신분증 압수와 긴 항해기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해양수산부의 기존 약속에서도 한참 퇴보한 내용을 담고 있는 데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아래와 같이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1. 2020년 개선방안에는 공공기관을 통한 인력도입 시스템에 대한 주요 내용이 완전히 빠져 있다. 대신 송출비리와 인권침해를 더욱 악화시킨 기존 방안을 마치 새로운 방안인 것처럼 제시하고 있다. 수협이 이주어선원 도입 및 사후관리 전체를 통합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동안 해양수산부는 20톤 이상 연근해 이주어선원의 도입과 관리 업무를 수협에 위탁해 왔다. 수협은 이를 다시 영리 목적의 민간업체인 현지 송출업체와 국내 송입업체(관리업체)에 위탁해 왔다. 이로 인해 이주어선원들은 입국 전 1천만 원 이상의 송출비용과 각종 담보 등 심각한 송출비리를 겪고, 입국 후에도 불법적 관리비 징수 등 중간착취를 당해 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민간 영리업체를 배제하고, 이주어선원 도입과 관리를 공공기관이 직접 담당할 것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2014년, 해양수산부는 선박소유자 단체인 수협이 공적 기관이라고 주장하며, 수협이 송입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방안을 추진하였다. 그 방안은 수협이 자회사로 송입업체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실현되었고, 2016년 ○○수협 자회사로 △△송입업체가 최초로 설립되었다. △△송입업체는 항공료 등 송출비용을 선주가 부담하게 하여 이주어선원들의 송출비용을 절감시켰다며 대외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는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송출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경주이주노동자센터의 상담사례에 따르면 △△송입업체가 관리한 인도네시아 어선원들은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및 통장을 압수당한 채 일했다. 이주어선원들의 임금은 특이하게 선주에게서 국내 △△송입업체로, 다시 현지 송출업체를 거쳐 현지 가족통장으로 송금되었다. 가족들에게 도착한 임금은 첫 3개월 매월 100만원씩 총 300만원이 모자랐다. 모자란 임금은 어느 단계에서 누가 챙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보증금 명목으로 송입업체나 송출업체가 공제한 것이리라 짐작할 뿐이었다. 송출업체는 이주어선원들에게 입국 전 동의서에 서명을 하게 함으로써 임금의 직접불 지급원칙 위배, 부당 수수료 징수에 대한 국내 법망을 피해가고자 했다.

현재 파악된 바에 따르면 수협 자회사로 운영되는 송입업체는 2018년 이후 계속 추가되어 현재 △△송입업체 이외 제주, 충남, 포항에 각각 1개씩 설립되어 총 4개로 늘어났다.

그런데 해양수산부는 2020년 개선방안에서 “수협의 송입업체 평가와 외국인선원 배정 쿼터를 연계하여 송입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수협이 외국인 어선원 도입을 총괄관리” 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수협은 이미 사실상 이주어선원 도입 총괄관리를 해 왔다. 송입업체 관리‧감독 권한, 이주어선원 쿼터 배정 권한도 수협이 가지고 있었다. 2016년부터는 송입업체를 직접 운영할 권한까지 가지게 되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송입업체를 자신이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이것이 어떻게 공공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는가? 그것은 둘째 치고 마치 이제야 새롭게 실시하는 방안인 것처럼 제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 해양수산부는 송출업체를 통제할 수 있는 송입업체 지정권과 퇴출권은 수협에 위임해 버리고, “해외 법인인 송출업체를 국내에서 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송출국 정부에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하겠다며 송출업체 감독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송출업체와 송입업체의 송출비리와 불법적 수수료 징수에 대해 그 증거가 있는 한 해양수산청에 진정해 돌려받는 등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에 송입업체와 송출업체는 국내에서 돈을 받을 경우 현금으로 받아서 증거를 남기지 않고, 주로 입국 전이나 출국 후에 현지에서 송출업체가 돈을 받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그런데 해양수산부는 송출업체에 대한 감독 책임을 회피하며, 해양수산청은 송출업체의 불법 행위는 관할이 아니라며 이를 정당화해주고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송출업체를 통제할 실질적인 수단을 가지고 있다. 20톤 이상 이주어선원 도입‧관리를 담당하는 송입업체(관리업체)는 허가제로 운영된다. 송입업체는 현지 송출업체와 계약으로 짝을 이루기 때문에 송입업체 허가가 취소되어 퇴출되면 송출업체도 함께 퇴출된다. 따라서 송입업체를 지정하고 퇴출시킬 수 있는 권한을 활용하면 송출업체의 불법적 행위 또한 감독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주어선원 도입과 관리를 공공기관이 직접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해양수산부가 송입업체(송출업체) 평가기준에 송출비리와 중간착취, 이주어선원들의 권리구제 등을 제시하고 그 감독을 직접 담당하면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그 권한을 수협에 떠 넘겨 버렸다. 그리고 수협은 이주어선원들의 이탈률로 송입업체를 평가해 왔다. 이는 오히려 이주어선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인권침해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았다.

3. 이주어선원 관리와 함께 사업장 변경 권한을 송입업체가 가지고 있으며, 현재 해양수산청의 부족한 근로감독 인원으로는 근로감독 강화에 한계가 뚜렷하다.

현재 이주어선원 관리와 함께 사업장 변경 업무 또한 송입업체에 맡겨져 있다. 육상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 업무를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가 담당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주어선원들은 적시에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으면 체류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때문에 사업장 변경 권한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 이것이 이주어선원들이 임금체불, 폭행 등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할 때 송입업체가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이주어선원들에게 해고와 강제출국을 협박하며 가해자와 합의를 종용할 수 있는 이유이다.

현재 한 업체 소속 24명 인도네시아 이주어선원들이 5억이 넘는 임금이 체불되어 지난 3월, 해양수산청과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고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송입업체는 이주어선원들에게 진정 취하, 합의서 서명, 송입업체가 선정한 변호사에 위임장 서명을 강요하며 거의 고문에 가까운 협박을 지속해 왔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이주어선원 관리에서도 송입업체를 배제하고, 해양수산청의 근로감독 인원을 증원하고, 근로감독관의 전문성을 강화해 해양수산부가 근로감독의 전면에 나설 것을 주장해 왔다. 또한 이주어선원의 사업장 변경 업무를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이 담당할 것도 주장해 왔다. 그러나 2020 개선방안은 이런 핵심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이 실태조사, 교육 등 늘 반복되어 온 실효성 없는 방안을 또다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실태점검은 이미 매년 진행되어 온 것인데, 그조차 선박소유자단체, 선원노조 등과 조사단을 꾸리고 송입업체 관련 통역인을 대동해 선원노조 사무실에 이주어선원을 불러서 조사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4. 시민단체들은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을 해양수산부 장관이 결정하도록 하여 국적에 따른 최저임금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2020년 개선방안은 연근해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이, 원양어선 이주어선원의 임금을 노-사-정 T/F를 구성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였다.

선원법에서는 선원의 최저임금을 해양수산부 장관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 장관은 고시의 특례조항을 통해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 결정을 선원 노조와 선주단체 간 단체협약에서 정하도록 위임하였다. 선원 노조는 이주어선원을 조합원으로 받지도 않는다. 한국인 선원들은 이주어선원의 임금몫이 올라가면 자신들의 보합금(어획고나 매출액에서 공동경비를 제외하고 남은 몫을 미리 정해진 비율대로 분배하는 성과급)이 줄어들므로 이주어선원들과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노사 간 단체협약으로 정해진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은 한국인 선원들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어 왔다. 최저임금조차 차별하는 경우는 다른 업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왔는데, 해양수산부가 그 개선방안이라며 또다시 노-사-정 T/F를 구성하여 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이다.

5. 2020 개선방안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어선원 노동협약(C188) 국내비준을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이는 환영할 일이다. C188은 어선원의 최소한의 노동조건(노동시간, 휴식, 휴일)에 대한 규율, 이주어선원의 송출비용에 대한 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현 선원법은 노동조건에 대한 주요 조항 대부분을 어선원에 대해서는 적용 제외하고 있다. 현 이주어선원 도입시스템으로는 송출비리를 규제할 수 없다. 따라서 C188의 국내 비준을 검토하려면 관련 국내법과 이주어선원 도입시스템 개선안이 함께 검토되어야 실효성이 있다. 2020 개선방안의 내용을 살펴보건대 해양수산부가 C188의 국내 비준에 실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6. 해양수산부는 2012년 9월, ‘외국인 선원 근로여건 및 인권 개선 방안’, 2013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근해 선원 이주노동자 인권개선을 위한 정책권고’에 대한 수용 답변, 같은 해 7월 ‘연근해어선 승선 외국인 선원 근로여건 개선 대책, 2014년 2월, “인도네시아 선원 폭행사망 사건 재발방지 및 외국인 선원 인권보호 강화 대책에 대해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드리는 인권단체들의 질의”에 대한 회신 등을 통하여 이주어선원 인권 개선을 반복해서 약속해왔다. 그러나 2020년 현재까지도 그 주요내용은 실현되지 않고 있고, 2020년 개선방안은 오히려 기존 약속에서 한층 후퇴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이주어선원의 송출비리와 중간착취 근절, 인권실태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해양수산부 장관과 면담을 요청하였다. 이 면담을 계기로 이주어선원의 실질적 인권 개선을 목표로 구체적 논의를 이어갈 민관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2020610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경주이주노동자센터,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주와 인권연구소, 익산노동자의 집)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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