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권리의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는 위헌이다! 위헌판결 촉구 기자회견

위헌판결 촉구 공동 기자회견문

2004년 8월 17일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고용허가제가 처음 시행된 날이다. 가장 열악하고 힘든 일을 시키기 위해 불러들인 이주민들을 처음으로 법적 “근로자”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라는 명칭을 얻었다 한들 노동자로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17년 전과 다르지 않다. 사용자에게 부족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는 점이 그 어떠한 권리보다 한국에서의 삶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영하 20도의 날씨에 난방되지 않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이주 노동자, 3년 8개월 일하는 동안 3천4백만 원 넘게 체불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결국 빈손으로 한국을 떠난 이주 노동자. 이는 한국에서, 그리고 불과 작년에 있었던 일들이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도 상황은 처참하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액이 2020년 한해 1천5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가정 등 일상생활을 모두 유예하고 오로지 일만 하라고 한국에 불려왔건만, 임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것이다.

농업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통상적으로 월 이틀의 휴일만 주고 300시간 가까이 일을 시키고 있지만, 실제 일한 시간대로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작성된 근로계약서대로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한 술 더 떠서, 2014년부터 퇴직보험금의 퇴직 직후 지급이 아닌 출국 후 지급, 2017년부터 임금에서 터무니없는 숙식비를 공제할 수 있도록 한 “숙식비용 징수 지침” 시행 등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우습게 보는 것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임금만이 아니다. 생명과 안전 역시 상시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 중 이주 노동자의 비율은 10.7%이다. 국내 노동자 중 이주노동자 비율이 약 3%인데 산재 사망사고의 비율이 그 3배가 넘는 것이다. 작년만이 특별했던 것은 아니다. 최근 5년간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자가 매년 100명을 상회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사업장들이 원래도 위험하고 열악하지만,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후 지난 17년간 이주노동자를 공급하면 그만이라는 듯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짧게는 3년, 길게는 9년8개월 간 한국에서 체류하며 일하는 동안 한 사용자를 떠나지 못하도록 묶어놓은 사업장변경 제한은 이주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공장의 기계를 돌아가게 하는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고용허가제의 비인간성을 대변한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종전 고용관계 종료에 대해 사용자의 동의를 얻거나, 고용관계 종료가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근로자의 책임이 없는 사유”에 해당함을 입증할 때뿐이다. 원하는 것은 사직일 뿐임에도 “자신에게 책임이 없음”, 즉 사용자에게 책임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종전 사용자를 위해 계속 일하거나 출국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이러한 사업장 변경 제한은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노동자를 강제노동에서 보호하기 위한 노동법체계의 근간과 충돌한다. 한국이 올해 비준하여 2022년 4월 발효를 앞둔 ILO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은 강제노동을 “어떤 제재의 위협으로 강요된 것이며 스스로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모든 역무”로 정의한다. 근로기준법상 위약 예정의 금지,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전대채권과 임금의 상계 금지, 강제저축 금지 등은 모두 노동자를 강제노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이렇듯 노동법은 국가가 사용자에 대한 관계에서 열악한 지위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입하는 법이다. 그런데 고용허가제 하의 사업장변경제한은 국가가 오히려 노동자에게 사직할 경우 재취업을 허가하지 않고 추방시키겠다고 위협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 결과 이주 노동자의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은 극대화되고, 협상력은 더욱 약화해 열악하고 불리하며, 그리고 심지어 불법적인 노동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작년 3월 18일, 이주노동자 다섯 명이 고용허가제에 따른 사업장변경제한이 헌법에 따른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구인들은 일하는 사업장에서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근로계약서와 다른 기숙사비 공제동의서 서명 강요와 기숙사비 명목 임금 삭감, 무면허 건설기계 운전 강요, 근로계약 불이행 위약금 예치 강요, 보호장구 미지급, 사업장에서의 폭발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등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처우와 근로환경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을 떠나지 못했던 청구인들의 처지는 고용허가제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7년간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노동력으로만 취급하여 무권리 상태로 사용자에게 공급하는 제도로 전락하였다. 고용허가제에 따른 사업장변경 제한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신념을 근간으로 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이유다. 사업장변경 제한은 위헌이고, 폐지되어야 한다.

2021년 8월 17일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추진모임

<발언문>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

한국정부가 ‘현대판 노예제’인 산업연수생 제도를 대신해서 이주노동자를 데리고 오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고용허가제입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좋은 제도라고 자랑합니다. 하지만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직장 변경과 선택 할 수 있는 권리가 없습니다. 사장한테 이주노동자에 대한 모든 권리를 넘겨주고 있습니다. 법을 개악하면서 이주노동자의 고용에 대한 사장의 권리를 강화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강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장의 동의 없이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습니다. 최초 3년 계약이 끝나면 사장이 재고용해줘야 1년 10개월 더 일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나가야 합니다. 4년 10개월 일하고 재입국특례를 받기 위해서도 사장이 신청해줘야 합니다. 고용기간, 계약 갱신, 사업장 변경 등 모든 권리를 사장한테 주고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사장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닙니다. 노동자이고 사람입니다.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노동자입니다. 헌법은 노동자의 직업 선택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내국인 일자리 보호라는 이유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고용허가제는 헌법과 노동법을 위반 하면서 실시하는 제도입니다.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하면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사업장으로 이주노동자들이 몰릴 것이므로 내국인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고 인력공급을 고르게 할 수 없다고 노동부는 말해 왔습니다. 그러나, 고용허가를 받은 사업장만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아무 사업장이나 괜찮다고 갈 수 없고 정해진 고용허가 사업장 내에서만 옮길 수 있습니다. 사업장마다 쿼터가 정해져 있어서 그걸 넘어서 취업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특례고용허가제로 일하는 방문취업제(H-2) 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이 자유롭습니다. 또한 사업장 변경이 자유로워야 사업주들이 조금이라도 노동조건을 개선하게 되므로 이는 노동부가 말하는 내국인 고용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고용허가제 실시 전부터 고용허가제가 아니라 이주노동자가 자유롭게 일하고 권리 보장되는 노동허가제 실시를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이 고용허가제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17년 동안 엄청 희생되었습니다.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제한에 대해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 많은 국제기구에서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권고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용허가제를 그대로 유지 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그대로 두고,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를 극단적으로 종속시켜서 마음대로 착취하게 만드는 것이 혹시 정부의 목적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하루빨리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하고 권리보장을 하는 대안적인 제도를 실시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변경 제한해서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직장 선택과 이동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고 있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번에는 헌재가 차별을 정당화하는 판결을 해서는 안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사업장 변경 제한에 위헌판결을 내려야합니다. 고용허가제 17년입니다. 더 이상 이 제도를 이대로 계속 실시해서는 안됩니다.

이주민센터 동행 원옥금 대표

이주노동자의 한을 풀어주세요

‘우리가 너를 데려왔으니 여기서 일해야지, 딴 데 못가, 본국으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여기서 일 계속하든지 둘 중 하나 택해라’ 그만두겠다고 요청한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주가 늘 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업주는 강제노동이라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합니다. 고용허가제가 사업주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 것입니다. 사업주뿐만 아니라 과장, 차장, 경리 등 전체 한국인 직원을 나쁜 사람으로 만듭니다. 사업장 변경을 원해 요청한 이주노동자에게 무급 업무정지하는 등 징계를 가하는 것이 이주노동자가 굴복할 때까지 회사가 흔히 쓰는 방법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업무정지로 진정하여 힘들게 이기면 결과는 복직하는 것뿐이지 사업장변경은 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현재의 법체계로는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강화도에 있는 한 베트남 선원 노동자는 배에서 16시간을 일해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 후 선주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선주는 쓰러진 건 ‘쇼’를 한 것이라며 사업장 변경을 거절했습니다. 노동자는 선주에게 하루 종일 애원하고 두 손으로 싹싹 빌며 무릎을 꿇어야 했고, 저녁에야 선주가 사업장 변경에 동의해 줬습니다.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제한은 이주노동자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굴욕적인 존재로 전락시키고 사업주를 악덕 사업주로 만듭니다.

고용허가제의 사업장변경 제한은 이주노동자와 회사 간의 원한 관계를 생산합니다. 정부가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를 강제로 노동시키도록 비인간적인 권한을 쥐어준 것입니다. 한국경제를 발전시킨다고 외국인을 유입해 비인간적인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은 바로 고용허가제입니다. 한국에 대한 좋은 생각을 갖고 일하러 온 이주 청년들이 근로기간 만료되어 귀국할 때쯤이면 처음의 마음과 완전히 다르게 됩니다. 고용허가제의 온갖 무시와 착취와 억압 때문에 한국인에 대한 ‘한’을 마음에 품고 돌아갑니다. 그 한은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 때문에 주로 생긴 것입니다.

최근에 양산에서 어느 베트남 노동자는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한국 동료 2명과 베트남 동료 한 명이 일하다 보호 장치가 없는 기계에 사고를 당한 것을 보고 자신도 똑같은 일을 당할까봐 겁이나 밤에 잠도 못 자서 사측에 사업장변경을 요청했지만 사업주는 사업장변경의 다른 의도가 있어서 사고를 핑계댄다고 했습니다. 멀쩡하고 건강한 청년으로 한국에 일하러 왔다가 산재를 당해 장애인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1년에 산재로 사망한 이주노동자는 약 100명 이상인데 사망되지 않고 다치는 경우는 얼마나 많겠습니까? 이는 근로환경을 개선하지 않아도 외국인을 노동시킬 수 있는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 때문이라고 봅니다. 20년, 30년이나 된 낡은 기계들도 바꿀 필요 없고 센서를 설치하지 않아도 이주노동자가 다른 곳에 갈 수 없으니 마음대로 부려먹어도 되는 것입니다. 정부는 내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규제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이는 오히려 이 규제 때문에 근로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더 열악하게 되어 내국인의 일자리가 보호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굴욕당하지 않고 평등하고 안전한 근로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반드시 사업장 변경 제한은 없애야 합니다. 그러므로 헌법소원 재판을 하루 속히 열고 위헌법률 판결을 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주노동자권리 대학생캠페인단 나인채

작년 3월에 이주노동자 5명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이 제한되어 있다는 현실을 폭로하며 헌법소원을 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마음대로 사업장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유행처럼 이직에 도전합니다. 저와 같은 대학생들도 알바를 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노동조건이 열악한 경우에도 이직을 하지만, 학업이나 결혼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계획을 위해 직장을 옮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만큼 사업장을 변경할 권리는 우리의 일상을 계획하고 살아가는데 있어 아주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주노동자에게 외국에서 온 노동자라는 이유로 이직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3번이라는 횟수의 제한을 두고, 사유와 기간에도 엄격한 제한을 둡니다. 이렇게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없으면 불합리하고 폭력적인 대우를 받아도 참고 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명령에 종속될 수밖에 없도록, 스스로의 삶을 구성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것입니다.

저는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이주어선원 노동자를 위한 캠페인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활동을 통해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은 상상 이상으로 침해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싸우는 것에 함께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결심으로 이주노동자권리 대학생캠페인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투쟁은 이주노동자만의 투쟁이 아닙니다.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권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같은 권리를 누리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반드시 사업장 이동제한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려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크게 적혀있는 자유, 평등,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이주노동자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강제노동을 합법화하는 비상식적인 사회를 방관하는 것입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국제인권규범 및 해외입법례에 비추어 본 고용허가제 하 사업장변경 제한의 위헌성>

대리인단 변호사 조은호

이 사건 청구인들이 헌법소원을 통해 주장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잠도 잘 수 없는 장시간의 근로, 한파와 폭염에 취약한 숙소와 작업장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사직, 사업장 이동을 고려할만한 근로환경입니다. 그러나 현행 법령에 따르면 이와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주노동자의 사직은 제한됩니다. 현행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령 등은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사용자 의사에 반하는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체류 기간 동안 근로계약이 만료되거나 노동자가 사직을 원해도 사용자가 갱신거절 또는 근로계약 해지에 동의하지 않으면 노동자는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예외는 ‘근로자의 책임 없는 사유’뿐이나, 현행 법령은 이를 입증할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우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우리 헌법뿐 아니라 국제인권규범에도 어긋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각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과 ILO 핵심협약 등 국제조약은 국내에서 발효된 조약 또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로서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며 우리나라는 “신의에 따라”(in good faith) 성실하게 조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여야 합니다.

인종차별철폐협약 제5조는 인종, 피부색 또는 민족이나 종족의 기원에 구별없이 향유할 수 있는 권리의 예로 근로, 직업 선택의 자유, 공정하고 알맞는 근로조건,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정당하고 알맞는 보수를 들고 있습니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해당 조약을 근거로 고용허가제상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규정을 없앨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사회권 보장을 추구하는 사회권규약은 제6조 제1항에서 당사국에게 모든 사람의 자유로운 노동의 권리를 인정하고,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에서는 근로권의 완전한 실현을 위한 제반조치를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제7조는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조건”등 “공정하고 유리한 근로조건을 모든 사람이 향유할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할 당사국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사회권규약위원회 역시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취약하게 만든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용허가제 하의 사업장 변경 제한을 철폐할 것을 이미 권고하였습니다.

자유권규약 제8조 제3(a)항은 “3. (a) 어느 누구도 강제노동을 하도록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강제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자유권규약위원회는 고용허가제 하의 이주노동자들이 고용주의 허가를 받거나 이주노동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에 의해 제한된 조건에서만 고용주의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a) 고용허가제 하의 노동자들이 고용주 변경을 자유롭게 하도록 허락할 것; (b) 노동감독 횟수를 늘리는 것을 포함하여 강제노동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한국이 올해 가입하여 2022년 4월 발효를 앞둔 강제노동에 관한 ILO협약 제29호 제1조는 당사국에게 모든 종류의 강제노동을 금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해당 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강제노동은 “어떤 제재의 위협으로 강요된 것이며 스스로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모든 역무”로 정의되며, ‘제재의 위협’이란 형사적 처벌뿐만 아니라 물리적 폭력과 심리적 압박, 권리나 혜택의 배제 등 다양한 형태의 강압을 의미합니다. 즉 법률, 정부, 고용주 등에 의한 외부적 제약이나 간접적 강제가 노동자의 자발적 노동제공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도 강제노동이 성립할 수 있음.

한국이 1998년 가입한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에 관한 협약 역시 제2조에서 “고용 및 직업상의 모든 차별을 제거할 목적으로, 국내 여건과 관행에 적합한 방법으로 고용 및 직업상의 기회와 대우의 균등을 증진하기 위하여 국내 정책을 선언하고 추구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ILO 협약 및 권고 적용 전문가위원회(CEACR)는 위 협약 제1, 2조 이행여부와 관련하여 “수 년 동안 본 위원회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이 허용될 수 있는 유연한 제도를 마련하고, 이들 노동자들이 차별에서 효과적으로 보호되도록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왔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에 이주노동자가 차별금지법률 위반의 피해대상이 된 경우 실제로 사업장 변경이 이루어지도록 보장하고 고용주 및 노동단체 등과 협력하여 고용허가제 등 관련 법제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관련 내용을 ILO에 계속해서 보고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그밖에 유엔인권특별절차에 따라 한국에 공식방문한 특별보고관 역시 2회에 거쳐 고용허가제와 사업장변경제한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스웨덴, 스페인, 영국, 미국 등 임시 외국인력도입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보더라도,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처럼 사용자 변경이 원칙적으로, 그리고 수년에 이르는 취업활동기간 전체 및 근로계약기간 만료 이후까지 걸쳐 금지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특히 심판대상 조항과 유사하게 이주노동자의 사업장변경을 제한하던 이스라엘의 경우, 이스라엘 대법원은 2006년 근로관계를 종결하고자 하는 노동자에게 체류자격 박탈이라는 제재를 가하는 것은 “사직할 자유”의 침해이며 노동자 스스로의 의지에 반하여 근로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이러한 구조는 노동자의 경제적 생존, 존엄, 자유의 보장이라는 근로계약의 도덕적 가치이자 기본적 목적에 반한다고 판단하며 이스라엘 기본법에 부합하도록 수정하라고 결정하였습니다.

지난 일요일은 제76주년 광복절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가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한 사실을 언급하며 품격 있는 선진국, 국제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는 나라가 되기를 꿈꾼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품격있는 선진국의 첫 출발은 차별과 배제가 아닌 포용과 관용의 사회로 전진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하였습니다. 지난 76년의 역사에는 한반도를 떠나 혹독한 노동환경 속에 차별받던 이주노동자들의 삶 또한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내가 겪은 아픈 역사를 다른 이에게 대물림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선주민만의 평등이 아닌, 국적 없는 포용과 관용의 사회를 꿈꾸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