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철폐의날 공동성명] ‘외국인 노동자’를 제물로 삼는 코로나19 전시행정 중단을 요구한다

2021년 3월 21일

지난 2월부터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코로나19가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가가 나서서 차별의 돌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조치가 명백한 차별임을 지적하며 철회를 요구한다.

올해 들어 경기도 남양주와 동두천 등에서 이주노동자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밀집-밀접-밀폐의 3밀 환경이 그 문제로 지적되었고 이주노동자의 안전할 권리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점이 알려졌다.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환경을 개선하고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역대책이 마련되어야 했다. 특정 집단이 처한 위험에 주목하는 조치는, 누구나 동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그 환경과 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여러 지자체는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는 대신 이주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낙인을 강화하는 조치만 취하고 있다.
특정 집단을 분리하여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고 국제인권규약을 위반하는 차별행위다. 국적을 기준으로 한 차별행위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의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목적과 상관없다. 검사 건 수를 늘리는 전시행정일 뿐이다. 감염 확산의 원인이 마치 이주노동자인 것처럼 다루는 조치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공무 집행에서 자의적인 차별행위가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도 확인되고 있다.

실효성 없는 비과학적 조치로 인해 많은 ‘외국인’이 겪어야 하는 차별은 생생하다. 2~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겁박이 두려워 검사를 받거나, 모욕적 조치에 대항할 방법을 찾기 어려워 분노하고 있다. 정작 자신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에는 접근할 수 없어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중 특히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열악하다. 코로나19 재난이 시작된 이래 감염 현황이나 방역 수칙 등의 안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마스크나 재난기본소득 등 방역대책 대상에서도 손쉽게 제외되었다. 집단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에도 통역 등의 문제로 방치되는 등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사례도 확인되었다. 게다가 일터에서 거리두기나 휴식을 요구하기 어려운 노동조건 및 열악한 주거환경은 상존하는 위험이다. 체류자격의 불안정성이 더해져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불안을 겪고 있다. 감염이 걱정돼 선별검사를 받으려고 해도 고용사업주와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노동자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예방과 치료를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의 백신 접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할 필요도 있다.

최근 행정명령이 차별적 조치라는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서울시와 인천시가 행정명령을 변경하고 경기도가 ‘채용 전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하지 않기로 하는 등 개선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명령의 내용을 권고로 수정했을 뿐 합리적인 이유 없는 ‘외국인 노동자’ 구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기도도 진단검사 의무화의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대구시는 2차 행정명령을 다시 발표하며 채용 전 진단검사를 포함시켰다. ‘차별’이라는 항의에 밀려 포장은 바꾸지만 방역대책 홍보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제물로 삼는 본질은 그대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와 같은 차별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 16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특별 방역대책’을 논의하며 차별 조치를 공공연히 조장했다. 이후 서울시에 조치를 개선하라는 요청을 했지만 다른 지자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똑같은 조치가 서울시에서만 차별인가. 중대본은 어떤 지자체에서도 이와 같은 차별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행정명령 철회를 요청해야 한다. 또한 안전할 권리로부터 배제된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19 재난에서 더 취약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인권에 기반한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지침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의 ‘감염병 의심자’ 규정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를 겨냥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와 감시관리라는 실적 위주 접근은 누구에게도 안전할 권리를 약속하지 않는다.

오늘은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유엔국제이주기구 등이 제시한 인권지침을 다시금 환기한다. 특정 국적이나 민족에 속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낙인과 차별, 인종주의, 외국인혐오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방역정보, 진단검사나 보건의료서비스 접근권 제고, 노동 및 주거환경의 안전 증진을 위한 조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환경 조성 등이 과제다. 인종차별에 맞서는 노력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차별은 방역의 길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지자체는 ‘외국인 노동자’ 대상 행정명령 철회하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방역대책에서의 인종차별 근절을 약속하라!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할 방역대책 마련하라!

2021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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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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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변혁노동자당, 인천인권영화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이주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