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기자회견]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제기

2020년 3월 18일

사직을 허하라!

2020년 3월 15일 5명의 이주노동자들이 헌법재판소에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변경을 제한하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외고법”)제25조 제1항과 제4항 및 고용노동부고시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 변경 사유」 (이하 “고시”) 제4조, 제5조 및 제5조의 2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헌법재판소가 외고법 제25조와 그 위임을 받은 시행령 규정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지 9년 만이다.

2011년 결정 당시 헌법재판소는 사업장변경 제한의 문제를 직장선택의 자유의 문제로 보고, 외국인의 경우 직장선택의 자유는 외국인력 도입에 관한 제도에 의해 구체화되는 것이라고 보아 결과적으로 과잉금지 원칙보다 완화된 위헌심사 기준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사업장변경 제한의 문제는 직장 선택의 자유 이전에 현재의 직장을 떠날 자유의 문제다.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는 이주노동자는 국가의 허가가 있어야 현재의 직장을 떠날 수 있다. 이 때 사용자가 동의를 하지 않으면 고시에서 규정한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에 해당함을 입증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사용자로부터 해고당할 자유”는 있어도 자신의 의지로 현재의 고용관계를 해소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다. 국가의 허가를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는 재취업이 허용되지 않고 강제퇴거대상이 된다.

국제노동기구가 1930년 채택한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어떤 제재의 위협으로 강요된 것이며 스스로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모든 작업과 복무”는 강제노동에 해당한다. 재취업이 허용되지 않고 강제퇴거되는 것은 임금노동을 하는 노동자에게 제재에 해당함은 분명하다. 청구인들이 일하는 사업장들은 10명의 사상자를 낸 폭발사고 발생, 근로계약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사용자의 폭언, 보호장구 미지급, 건설기계 무면허 운전 강요 등 각종 계약위반과 불법행위가 있었지만 고시에 따른 사업장변경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사용자가 허락하지 않는 한 그만둘 수 없다. 이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에 대한 규제는 고용관계를 해소할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노동자의 사용자에 대한 지위를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국가권력이 노동자의 열악한 지위를 보완하기 위해 개입하는 통상의 노동정책의 방향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의사에 반하는 강제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법률 또는 근로계약을 위반한 근로조건을 거부할 권리를 포함하는 근로의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야기한다.

지난 16년간 고용허가제는 철저히 사용자의 이익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결과 현재 이주노동자가 최장 9년8개월 간 한 사용자에게 매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고용허가제하에서 이주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 ‘인력’으로만 취급된 결과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를 한 사용자에게 예속시키고 사용자에 대한 지위를 더 약화시킴으로써 정작 달성하려고 하는 공익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오히려 이주노동자 개개인이 사용자에 대하여 가지는 열악한 지위를 보완하는 것이 노동시장 왜곡 방지와 양질의 일자리 확대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람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노예제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된 강제노동 금지의 원칙은 세계 인권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원칙이자 헌법의 근간을 이루는 인권법의 핵심 원칙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고용허가제에 따른 사업장변경 제한은 국가권력이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사적 관계에 개입하여 강제노동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우리는 언제가 되어야 강요된 노동에 터잡아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미신을 버릴 수 있게 될 것인가. 고용허가제의 사업장변경 제한은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

2020. 3. 18.

이주인권단체 공동기자회견 참가단체 일동

아시아의 친구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사)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아산이주노동자센터, 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 성공회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의정부EXODUS, (사)함께 하는 공동체,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이주인권연대(경산(경북)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아시아의 창, 울산이주민센터, (사)이주민과함께,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이주와 인권연구소, 지구인의 정류장, 천안모이세, 한국이주인권센터)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사)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정의당,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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