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조항 없는 인신매매특별법 필요없다. 제대로 제정하라

인신매매특별법제정연대회의 활동

한국은 일본군과 정부에 의해 수 백만명의 국민이 체계적으로 성착취와 노동착취, 인신매매를 당한 뼈아픈 근대사를 경험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는 오늘날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신매매에는 눈 감고 있습니다.

그 단적인 예로 2000년 유엔은 <인신매매 의정서>를 채택하고 인신매매방지를 위한 국제 표준을 마련하였지만 한국은 15년이 지난 2015년에야 유엔 전체 193개 회원국 중 170번째로 비준을 했을 뿐 아니라 비준 후 지금까지 그 의정서를 이행하기 위한 법률을 마련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같은 유형의 인신매매가 수 십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가해자는 처벌되지 않고, 그 피해자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공연 노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기획사에 속아 외국인 전용 유흥 주점에서 구걸과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필리핀 여성,

브로커에 속아 한국에 온 뒤 마시지 업소에 넘겨져 임금도 받지 못하고 구금된 채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태국 여성,

천만원이 넘는 송출 수수료를 내고 한국 어선을 탔지만 여권이 빼앗긴 채 욕설과 폭행을 당하면서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인도네시아 선원,

브로커에 속아 섬의 염전에 넘겨진 뒤 월급도 받지 못하고 폭력에 시달리면서 밤낮없이 노동을 강요당하는 지적 장애인……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인신매매 사례들이고, 모두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에 따른 인신매매에 해당하는 사례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인신매매죄로 처벌된 사례는 전혀 없습니다.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기껏해야 임금체불이나 출입국관리법 위반 또는 성매매 알선죄로 처벌을 받을 뿐입니다.

이러한 범죄의 피해자가 된 사람은 인신매매 피해자로 식별이 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이주민들은 인신매매를 당하고도 피의자로 수사를 받다가 외국인 구금시설에 구금된 후 추방되기 일쑤입니다.

더 이상 인신매매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면책을 주고 그 피해자를 방치하는 일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제대로 된 인신매매방지법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인신매매방지법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의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첫째,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와 부합하도록 인신매매가 포괄적으로 정의되어야 합니다.

둘째, 위와 같이 정의된 인신매매 범죄가 처벌되어야 합니다.

셋째, 위와 같이 정의된 인신매매 피해자가 효과적으로 식별되고 보호되어야 합니다.

넷째, 이주민인 인신매매 피해자가 안전하게 체류하면서 권리 구제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다섯째, 기업이 자신의 사업이나 공급망에서 인신매매와 연루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2021년 2월 5일, 인신매매방지법 제정 연대회의 참여 제안서 중에서)

그러나 2020년 12월 24일, 국회에서 발의된 ‘인신매매 착취방지와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안’에는 인신매매범죄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등 제대로 된 인신매매방지법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인신매매에 대응하며 피해자를 지원해 온 이들이 ‘인신매매특별법 제정을 위한 연대회의’를 구성하였고, 국회와 정부에 제대로 된 인신매매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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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 국제이주기구 IOM, 사단법인 두루, 사단법인 선
주관 : 인신매매특별법제정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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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처벌 조항 없는 인신매매특별법 필요없다]

① 이수진 의원의 ‘인신매매특별법’, 실망스럽습니다 
② 대통령까지 나섰던 ‘염전 노예사건’의 허무한 결말 
③ 욕설, 폭행, 착취에도… 그들은 배 안을 벗어날 수 없었다 
④ 인신매매에 감금까지 당했는데… 그녀는 피의자가 됐다 
⑤ 인신매매특별법, 기업도 자유롭지 않다
피해자를 가해자 품으로… ‘인신매매’에 연루된 정부 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