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과 인간다운 삶터를 지키기 위한 실태조사

유난히 추위가 극성이었던 지난 겨울, 부산 사상공단의 공장 야외 화장실 2층에 놓여 있던 컨테이너 숙소에서 잠을 자던 베트남 노동자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매년 겨울 한파가 몰아칠 때면 전기장판과 라디에이터만으로 추위를 견뎌야 하는 컨테이너 숙소에서 전열기 과열로 인한 화재로 이주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사건은 이전에도 끊임없이 발생해 왔습니다.

부산 녹산공단의 컨테이너 숙소에서도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지만 재빨리 빠져나온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는 목숨을 건졌습니다. 충남 논산,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 속에 난방장치마저 고장난 컨테이너 숙소에서 “가족을 생각해 버티고 싶었지만 얼어 죽을 것만 같아 나오기로 했다”는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도 목숨을 건졌지만 사업장 변경 허가를 받기 위해 힘든 싸움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숙소, 특히 이게 집인가 싶은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숙소에 많이 다녀 보았습니다. 변기가 없어서 욕실 바닥에 소변을 보고 빨간 대야에 받아 놓은 물을 바가지로 퍼서 씻어 내려야 했던 집, 찰랑찰랑 넘쳐서 까치발을 들어야 했던 초록색 야외 간이 화장실, 배선이 벗겨진 전선이 어지러이 얽혀 있던 벽, 아침마다 농장주가 장화발로 박차고 들어온다던 허술한 문, 천장까지 쌓여 있던 유독성 농약통, 선풍기가 뱅글뱅글 돌리는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흘렸던 땀과 눈물, 파리와 모기 때문에 얼굴에 난 모든 구멍을 휴지로 틀어막고 잔다던 축사옆 숙소…

집이라 부르기 민망한 이런 숙소들에 몇 년 전부터 숙소비 공제가 유행이 되었습니다. 일한 만큼 최저임금이라도 달라고 하니까 농장주들이 숙식비 공제로 대응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적게는 두세 명, 많게는 대여섯 명이 방 한 칸을 쓰는데 1인당 15만 원에서 40만 원을 받습니다. 임금 삭감이 목적이니만큼 일을 많이 한 달은 숙소비가 덩달아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2월, 고용노동부는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들의 숙식비를 월급의 일정 비율만큼 받을 수 있다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이 지침은 숙소의 상태나 질에 따라 일정 금액이 아니라 월급의 일정 ‘비율’만큼, 농지법 및 건축법 위반이 분명한 임시가건물에도 숙소비를 받을 수 있게 했고, 최저임금법 위반이 농후한 사전 공제도 동의서만 받으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최저임금 인상 전후로 내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점심밥 값 공제 동의서에 서명을 강요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판에 고용노동부가 이러한 지침을 발표한 것입니다. 당연히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숙소비 징수와 공제동의서 서명 강요가 농업에서 시작해 전 업종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작년, 2018년 최저임금 인상폭을 둘러싼 공방이 한창일 때부터 “최저임금 1만원, 내국인 몰라도 외국인까지”, “100만 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인상 최대 수혜…年 15조 국부유출”, “외국인은 후한 최저임금에 숙식비까지…그마저도 해외송금”, “외국인근로자 절반 이상, 월급 200만원 넘게 받아요”, “홍준표 최저임금 올리면 외국인 근로자 임금도 올라” 등 외국인 혐오와 근거 없는 주장에 기반해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선동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차별 선동은 최저임금이 있어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고된 일로 지친 몸을 편히 누일 제대로 된 방 한칸 없이, 임금삭감을 목적으로 한 턱없이 높은 숙식비를 공제당하고, 그에 대한 동의서에 서명을 강요받으며 일하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이에 비슷한 시기에 여러 이주인권단체들로부터 이주노동자들의 최저임금과 숙식비 공제 실태, 특히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전후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해 보자는 제안이 있었고, 기왕 하는 조사이니 모두 협력해서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해 보기로 의기투합하게 되었습니다. 이주와 인권연구소는 이번 조사를 기획하고, 결과를 분석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담당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