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부과로 미등록 체류 이주아동 출국 막는 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

지난 해 12월 12일, 국내에서 태어나 외국인등록을 하지 못한 채 김해에서 미등록으로 체류하고 있던 베트남 국적의 7세, 3세, 1세 남매가 보호자인 외할머니와 함께 베트남으로 출국하기 위해 김해공항을 찾았다가 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으로부터 220만원의 과태료를 내지 않으면 출국할 수 없다고 저지당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부모도 없이 이웃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활하던 아이들과 할머니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었고, 결국 네 사람은 베트남 행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발길을 되돌려야 했습니다.

이틀 뒤인 12월 14일에는 국내에서 난민 신청이 불허된 뒤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지 못한 채 안산에 거주하고 있던 우간다 국적의 5세, 3세, 1세 자매가 어머니와 함께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다가 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85만원을 납부할 것을 요구받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공항 측은 별다른 설명 없이 48만원, 28만원, 9만원이라고 적힌 종이쪽지를 어머니에게 건네며 돈을 낼 것을 요구했고, 아동구호단체의 후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몇 달을 모아 비행기 삯을 겨우 마련했던 어머니는 영문도 모른 채 출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이 이들에게 납부를 요구한 것은 17세 미만의 아동이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외국인등록이나 체류기간 연장을 하지 않은 경우에 그 부모나 보호자에게 부과하도록 되어있는 과태료였습니다. 그러나 현행 법제도는 미등록으로 체류하고 있는 이주민의 자녀에게 외국인등록이나 체류기간 연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 아동들의 부모는 고의로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법이 규정한 의무를 다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처벌을 당한 것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모에 의해 한국에서 태어나 체류하게 된 어린 아동들이었습니다.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등록이나 체류기간 연장 등의 허가를 받지 못한 성인에게 법 위반에 대한 벌금(1,000만 원 이하)을 부과하고 있지만, 당사자의 나이와 환경, 법 위반의 동기와 결과, 벌금 부담능력, 그 밖의 정상을 고려해 벌금 납부를 면제해주는 법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3년부터는 국내에서 미등록으로 체류하다가 자진출국을 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미등록 체류자를 찾아내고, 단속하고, 구금하고, 공항까지 이송해서 출국시키는 것에 비해 스스로 출국하도록 유도하는 편이 행정력 낭비를 막는데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같은 경우에 처해 있는 17세 미만의 아동에 대해서는 본인이 아닌 부모나 보호자에게, 법 위반이 아닌 질서 위반의 명목으로 과태료(100만 원 이하)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벌금보다 그 처벌 수위가 낮은 과태료의 경우, 면제에 대한 법 조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위 사건의 아동들은 1세에서 7세로 나이가 어렸고, 법을 위반하려는 의사가 없었고, 과태료 부담능력도 없었고, 무엇보다 자진하여 출국하고자 했지만, 과태료 면제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1인당 적게는 9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당했습니다.

김해공항에서 출국을 저지당한 베트남 국적의 삼남매와 외할머니는 다행히 이주민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이후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김해출장소를 방문해 220만원이던 과태료를 84만원으로 감경 받았습니다. 하지만 항공권을 다시 구입하는데 67만원의 비용이 들어, 총 151만원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인권단체 및 시민들의 후원으로 겨우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삼남매와 외할머니는 난방도 되지 않는 집에서 추위에 떨며 나흘을 견디다 12월 16일, 마침내 출국할 수 있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저지당한 우간다 국적의 세 자매와 어머니는 이미 살던 집의 계약이 끝나고 모든 짐을 뺀 상태라 갈 곳이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과태료 85만원과 항공권 재 구입비용 100여만 원을 여기저기에서 빌려 마련하는 동안 네 가족은 추운 겨울 무거운 짐을 끌고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3주 이상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1월 6일 경 다시 출국 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부모가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부모가 과태료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출국조차 하지 못하게 막는 모순된 행정으로 얼마나 많은 이주아동들이 고통을 받아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중 일부는 어떻게든 과태료를 마련해 출국했겠지만, 나머지는 출국을 포기하고 여전히 한국에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을 것입니다. 출입국 당국은 미등록 체류 이주아동들에게 합법적으로 체류할 기회를 주던지, 아니면 안전하고 신속하게 출국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던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 이주와 인권연구소는 이 사건에 대해 전국 55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명을 받아  2018년 1월 24일(수) 박상기 법무부장관에게 아동을 고려하지 않는 반인권적 출입국관리 행정에 대한 질의서를 제출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질의서와 답변서 업로드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