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정부의 보호와 지원대책에서 제외되어 학대피해를 당해도 갈 곳이 없는 이주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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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인천에서 친부와 계모에 의해 감금된 채 학대를 당해오다 탈출한 11세 아동의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끔찍한 학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피해 아동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해 부모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이러한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피해 아동이 초등학교 2학년부터 학교에 다니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2014년 내놓은 정부의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의 미흡함도 지적되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뒤늦게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했고, 이듬해 2월에는 교육부가 「미취학 및 무단결석 등 관리‧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취학 연령대 아동의 소재나 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게 되었다.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한국 사회에서는 아동학대가 심각한 범죄이며, 학대피해 아동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고취되었다.

그러나 똑같은 아동임에도 국내에 살고 있는 이주아동에 대한 학대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의 보호 및 지원 대책에서도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위의 사건이 발생한 다음 해 발생한 이주아동 A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에 거주하던 15세 이주아동 A는 부모로부터 방임을 당하고 있다는 의심을 한 학교 교사에 의해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과정 중 A가 계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온 사실을 알게 된 교사는 이 사실을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에 신고했다. 가해자인 계부가 구속된 이후, 친모가 지적장애로 A를 홀로 돌볼 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를 받아 줄 쉼터를 물색했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외국 국적자 A를 기꺼이 받아주는 쉼터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침내 A는 부산에 있는 한 청소년 성폭력 쉼터에 입소할 수 있었지만, 해당 쉼터도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A는 계부의 미성년 동반 자녀로 비자를 받아 국내에서 체류하고 있었는데, 계부가 징역형을 받고 강제추방을 당할 경우 더 이상 비자를 연장할 수 없고, 그럴 경우 계부와 함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2016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주아동에 대한 학대 의심사례 신고 건수는 201324건에서 201464, 201594건으로 증가추세에 있었다. 하지만 학대를 이유로 아동보호시설이나 아동양육시설에 입소한 아동의 수는 2013년 2명, 2014년 2명, 2015년 5명에 불과했고, 그나마 생계비 지원을 받고 있는 아동은 매해 1명에 지나지 않았으며 체류자격이 없는 아동도 1명 있었다. 학대가 신고 되면 수사는 진행되고 가해자도 처벌받지만, 정작 피해자인 아동은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체류마저 위협받는 것이 학대피해 이주아동이 처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주와 인권연구소는 지난 수년간 학대피해 이주아동들의 사례를 접해오면서 이들에게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고 안정적 체류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다행히 2018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학대피해 이주아동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발표했다. 그리고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학대피해 이주아동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의무화하고, 아동복지시설이 학대피해 이주아동에 대한 입소를 거부하지 못하게 하며, 학대피해 이주아동을 보호하는 시설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는 필요한 경우 학대피해 이주아동의 체류기간을 연장하거나 체류자격을 부여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권고 발표 3개월 뒤인 2018년 4월 법무부는 아동학대 범죄피해로 인해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인 이주아동에게 구제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체류기간 연장을 허가하고, 피해회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그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권고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올해 4월 23일 「출입국관리법」에 아동학대피해자에 대한 특칙 조항을 신설해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의 복리를 증진시켜야 하는 것이 주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인 보건복지부는 권고 발표 10개월여가 지난 201811월에서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사실상 권고 불수용 의사를 표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주아동의 보호를 거부하는 시설에 대한 제재나 보호를 제공하고 있는 아동복지시설에 대한 지원은 어렵다고 하면서도 관련 지침에 학대피해 이주아동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 실시를 명시하고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18년에 발생한 8세 이주아동 B의 학대피해 사례는 이러한 입장의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주아동 B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단 둘이 경기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B의 어머니는 B를 초등학교에 입학시켰지만 생활고로 월세를 내지 못해 집을 나오면서 B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 시작했다. 결석이 장기화되자 학교에서 B의 어머니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개월 간 B 모녀의 행방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다가, 경남에서 B의 어머니가 아이를 낳은 뒤 유기하고 도주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 끝에 B 모녀를 찾아냈다. 이후 B가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해온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한 이주아동 지원단체에 한국 국적이 없는 아동인 B가 머물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문의했다. 지원단체는 경찰에 이주아동을 위한 별도의 보호시설이 없으니 학대피해 아동 보호절차대로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지자체에 B에 대한 보호조치를 의뢰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의뢰 결과 경기도 내에서는 한국 국적이 없는 B를 보호하겠다는 학대피해 아동쉼터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B는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한 단신의 어린 아동에게 적절하지 못한, 어느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비인가 미혼모자 쉼터에 입소하게 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및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과 부모로부터 격리보호가 필요한 학대피해 아동은 정부로부터 생계비, 교육비, 의료비 등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지원받는다. 그러나 이주아동은 난민 인정자가 아닌 이상 급여 지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보호아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학대피해 아동쉼터나 그 밖의 아동복지시설이 이주아동의 입소를 거부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또한 아무런 지원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아동을 보호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학대피해 이주아동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보호와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동안, 학대피해의 당사자인 이주아동은 물론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시설들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모에 의해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한국으로 이주한 아동들, 그런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해 기댈 곳도 갈 곳도 없어진 이주아동들을, 언제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외면할 것인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린이주간을 선포하고 아동권리축제를 개최하겠다는 보건복지부에 진지하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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