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보다 낮은,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더 나아졌을까?

최저보다 낮은,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 보고서 다운로드

네비게이션도 찾지 못하는 비닐하우스 숲속에 덩그러니 놓인 컨테이너 박스, 유독성 농약이 천장까지 쌓인 창고 안 패널집, 전선이 어지러이 얽힌 벽지 벗겨진 벽, 시멘트 바닥에 소변을 보고 빨간 대야에 받아 놓은 물로 씻어 내려야 하는 욕실, 오물이 찰랑거리는 초록색 야외 간이 화장실, 잠금장치 없는 비틀어진 문, 뜨거운 선풍기 바람에 땀과 눈물로 범벅된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

2017년 2월,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숙식 정보 제공 및 비용 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사측이 제공하는 숙식에 대한 어떠한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월 통상임금의 8%에서 20%까지 숙식비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임시 주거시설에도 숙식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에게 동의서만 받으면 임금에서 선공제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침 발표 이후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식을 제공할 경우 상한 액 내에서 소요비용을 징수할 수 있습니다.”라는 컬러판 안내문을 배포하고, 숙식비 사전공제동의서를 각 지역 고용센터에 비치했다.

고용노동부가 지침을 발표하기 훨씬 전부터 열악하기 짝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숙소와 식사에 터무니없는 비용을 매겨 임금에서 선공제하는 관행이 농업 부문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나가고 있었다. 숙식비만이 아니라 결근, 근무태만, 외출 등등의 명목으로 고용주가 자의적으로 정한 벌금이 공제되기도 하였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지침의 목적이 과도한 숙식비 공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침은 숙식비로 최저임금 인상을 무마하는 관행이 농업에서 전 업종으로 퍼지도록 날개를 달아주었다.

고용노동부 지침이 발표되고 몇 달 후인 2017월 7월,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이 결정되었다. 유례 없는 인상률이었다. 이어서 2018년 5월 25일 새벽,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식대, 숙박비, 교통비를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환경노동위원회를, 2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환경노동위원회 회의록에는 그 목적이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 삭감이라는 것이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8년 7월, 중소기업중앙회는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를 제안했다. 이주노동자에게 수습기간을 도입해 수습 1년차에는 최저임금의 80%, 2년차에는 90%, 3년차에 100%를 지급하자는 안이다. 이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적극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 규모별 등등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최저임금법 개정법률안에 이주노동자 감액 적용을 담은 법률안도 포함되었다.

그 사이에 이주인권단체들에는 수십만 원씩 숙식비를 갑자기 공제하기 시작했다, 숙식비 사전공제동의서에 서명을 강요받았다, 등의 상담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주와 인권연구소는 2018년 3월,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과 인간다운 삶터를 지키기 위한 실태조사” 를 전국의 이주인권단체와 노동조합에 제안했다. 제안서를 돌리는 과정에서 이미 비슷한 실태조사를 시작했거나 기획 중인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왕에 하는 실태조사를 함께 해 보자는 공감대가 넓고 깊게 형성되었다. 그래서 전국 22개 이주인권단체와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주노동자들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일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1인당 수십만 원씩 비용을 공제당하는 숙소와 식사가 얼마나 열악한지, 고용노동부의 숙식비 공제 지침이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알고 싶었고, 알리고 싶었다.

조사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최저보다 낮은’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최저보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그 열악함이 아니었다. 패트병을 잘라 색색가지 들꽃을 한아름 꽂은 꽃병이었다. 꽃병이 놓인 컨테이너 창틀 아래 캄보디아 농업 여성 노동자 네 명이 몸 뒤척일 틈조차 없어 보이는 작은 공간에 함께 살고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는,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그 꽃병이 대변해 주고 있었다.

이 보고서가 특별한 파장을 일으킬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에게 동등한 최저임금과 인간다운 삶터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미약하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8년 4월~8월, 전국 22개 이주인권단체와 노동조합이 조사를 실시하였다. 1,461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하였으며,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일터와 숙소 사진을 제공하였다. 이주와 인권연구소가 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보고서를 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