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별금지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 기자회견

2021년 6월 17일

일시: 2021년 6월 17일 오전 11시
장소: 청와대 앞
주최: 제 이주인권단체, 민주노총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제대로 보장하라!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이주노동자들은 도마 위에 오른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까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내국인을 구하기 힘든 직종, 영세하고 열악한 현장에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정주)노동자들이라면 결코 받지 않았을, 가장 최저 수준의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한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생계비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는 제도이지만 이마저도 이주노동자에게는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고용노동부가 2017년에 발표한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은 임금 갈취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법률적으로도 임금 상계 금지의 원칙이 있지만 임금채권을 공제할 수 있는 효력을 갖는 고용노동부의 행정지침은 이 원칙을 철저히 위반한다. 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에서 최저임금의 7%에 해당하는 부분은 산입하지 않는다는 최저임금법 조항이 있음에도 정부의 지침으로 인해 통상임금의 8-20%를 이주노동자에게 숙식비로 징수할 수 있도록 강제한다.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같은 임시거주시설조차 숙식비 징수의 대상이며 대부분 상한선에 맞춰서 공제한다. 여러 명이 살고 있는 경우 고액의 월세를 받는 셈이니 사업주들이 임금 착취에도 모자라 숙박임대업을 한다는 비아냥을 받고 있을 정도다. 정부 스스로 위법한 행정지침을 발효시켜놓고 이주노동자가 받아야 할 최저임금조차 삭감시키고 있는 것이다.

선원들이 받는 최저임금에서는 차별이 아예 제도화 되어있다. 생활에 필요한 기본 식량을 생산하는 어업현장의 선원들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들인데 장시간 고강도 위험 노동에 노출되어 있는 이들은 자신의 임금조차 자신이 결정할 권한이 없다. 선원법 최저임금 고시에는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과 수협중앙회 사이에 단체협약을 맺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되어 있고 이주노동자 참여는 보장되지 않는다.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등 지속적인 제기 끝에 겨우 육상노동자와 같은 수준의 최저임금으로 인상시킨 것에 불과하고 여전히 내국인 선원들과는 427,020원 차이가 난다. 국적을 이유로 한 근로조건과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ILO협약 모두 위반이다. 선원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정주)노동자들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고, 자신의 이해와 노동조건을 대변할 수 있도록 온전한 교섭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저임금 위험노동을 감수해줄 노동력이 부족해서 이주노동자들을 들여와 놓고 막상 임금이 오르면 내쳐지는 존재로 만드는 것은 사업주들과 이들의 이해에 기반해 있는 정부 정책이다. 저들의 상식대로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자라면 그 만큼 싼 값의 생활비만 받아야 한다. 이들은 한국에서 생활물자를 이용하고, 당연히 한국 물가를 쓴다. 정주노동자들에게 지원해줄 식비 등 기초적인 복리후생비조차 이주노동자의 임금에서는 도로 빼앗고 있다. 사업장을 옮길 자유가 없어 임금 수준이 낮아서 옮기겠다고 하면 외려 몇 백만원의 임금을 돌려달라는 사업주들이 허다해 실제 피해를 입은 사례들도 많다. 본국 대비한 임금 기준만 들먹이면서 최저임금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인가. 합리적 차등의 다른 이름은 국적에 따른 저열한 인종 차별이다. 극단의 착취 속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회는 이주노동자들을 가장 손쉬운 착취대상으로 삼고,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하향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도록 한다. 그러나 더 이상 그렇게만 남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생산을 일임하는 동등한 주체로 노동자의 권리를 알고 조직되어 당당히 요구하며 나설 것이다.

우리는 정부에 즉각 요구한다!

고용노동부 숙식비 징수지침 즉각 철회하라!
선원 이주노동자 동일한 최저임금 적용하라!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을 반대한다!
이주노동자 임금착취 합리화하는 정부 정책 철회하라!